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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골라, 비상을 꿈꾸다

<앵커 멘트>

앙골라 하면 바로 내전을 떠올릴 만큼, 오래도록 전쟁을 해온 나라입니다만 이젠 몰라보게 나라가 달라져가고 있다고 합니다.

네, 30년 가까운 내전이 끝났을 때 앙골라에는 철도며 도로, 건물까지 그야말로 성한 게 거의 없었는데요, 이젠 풍부한 석유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고속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네요.

아프리카의 경제 기적을 일궈가고 있는 앙골라에 김개형 순회특파원이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기적 소리와 함께 승객을 태운 열차가 역을 떠납니다. 수도 루안다와 내륙도시 말란즈, 424km를 오가는 열차입니다. 한번 운행에 10시간 정도 걸리는 완행 열차입니다. 객차는 모두 새로 들여와 깨끗한 느낌을 줍니다.

<인터뷰> 프란시스꾸(말란즈 시민):“기차로 하는 여행을 즐기는데 기차는 굉장히 실용적인 교통수단이예요. 음식도 있고 물도 있고 모든 곳에 갈 수 있고 안락해서 엄청나게 좋아요. 정말 편해요.”

매주 2번 루안다 말란즈 구간을 운행하는 열차 요금은 우리돈 2만3천원 정도입니다. 평소엔 한산하지만 급행 열차가 운행될 때 객차는 승객들로 붐빕니다.

<인터뷰>조나스(열차 직원):“어느 땐 많고 어느 땐 적습니다. 갈 때는 50~60명 정도입니다. 루안다 올 때는 말란즈 갈 때보다 승객 수가 조금 더 늘어납니다.”

30년 내전으로 끊어졌던 철로가 다시 연결된 건 지난 2010년 12월. 재개통 2년째인 지금, 인력과 상품이 양쪽 지역을 손쉽게 오가면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서로 총을 겨누었던 양 지역의 가교 역할까지 해내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루안다 벵겔라 구간 철도도 복구됐습니다. 이로써 수도 루안다를 중심으로 내륙과 해안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광역 철도망이 완성됐습니다.

<인터뷰>떼레자 비센트 무르(앙골라 교통부 국장):“철도 복구 사업이 도시와 농촌의 교류를 활성화해 농업의 발전과 제품의 판매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다른 공업 부분, 특히 광공업의 발전도 도모하는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길게 뻗은 모래섬이 한눈에 들어오는 해안가 주변. 수십 층 규모의 현대식 고층 건물이 곳곳에 들어서 있습니다. 불과 4~5년 전만해도 고층 빌딩은 겨우 손에 꼽았지만 요즘은 빌딩 숲을 형성할 정도입니다. 여기저기서 새로운 초고층 빌딩 공사가 진행되면서 하룻밤 자고나면 최고층 기록이 깨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고층 빌딩 건설이 붐이 이루고 있습니다.

수십 층 규모의 고층 건물을 올리는 데 꼭 필요한 게 대형 크레인입니다. 눈으로 확인되는 것만 20개가 넘습니다. 남아프리카의 대형 크레인을 루안다에 모아 놓은 듯합니다.

호텔과 고급 아파트, 사무실 등 그 용도도 다양합니다. 수십 층이 올라가는 대형 공사인 만큼 수주액도 보통 수억 달러, 우리돈 수천 억원에 이릅니다.

<인터뷰> 김현수 (팀장/남광토건):"인터콘티넬탈 호텔이 4억불 규모이고, 후면에 보이는 공사가 2.5억불 정도인데, 이런 정도 규모의 공사 현장이 루안다 시내에 중국 업체나 포르투갈, 브라질 업체들을 통해 20~30 군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루안다 도심에서 자동차로 1시간, 신도시 킬람바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2만 가구를 수용하는 신도시의 부지 규모는 무려 5천200 헥타르, 여의도 면적의 6배가 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최대 규모 주택 단지 공사라는 게 신도시측의 설명입니다. 지난 2008년 중국 업체가 공사를 맡아 시작해 1차로 3천여 가구가 곧 입주할 예정입니다

<인터뷰>주아낑 마르꿰스(킬람바시 시장):"어느 국가에서도 이같은 대규모 도시 프로젝트는 없었으며, 특히 아프리카에서는 이런 개발이 단 한번도 사례가 없어 모든 작업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200km 떨어진 남대서양의 해양 광구에서 시뻘건 화염을 내뿜습니다. 이 광구를 비롯해 앙골라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백85만 배럴 안팎입니다. 지난해에는 석유 판매로 거둬들인 수입은 모두 9백억 달러로, 재정 수입의 90%를 차지합니다.

앙골라 정부가, 내전 이후 정치적 안정을 바탕으로, 철로와 도로를 다시 연결하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등 대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은 매장량이 백25억 배럴에 달하는 풍부한 석유 덕분입니다. 내전이 끝난 지난 2002년 이후 앙골라 경제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는 이윱니다.

앙골라는 지난 2002년부터 7년간 연평균 14.6%의 성장률을 기록했습니다. 2000년 이후 10년간 전 세계에서 두자리 성장률을 기록한 국가는 앙골라를 비롯한 두 나라뿐입니다.
<인터뷰> 자이므 포르뚜나뚜(앙골라 경제부흥부 국장):"앙골라는 자원이 많아서 해외로부터 자금을 들여오기 쉬웠습니다. 유입된 자금이 다른 목적으로 유용되는 일이 없었던 점이 앙골라의 신용을 높여주었고, 이런 점이 다른 아프리카 국가와 다른 점입니다."

루안다 항에 정박한 대형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내립니다. 크레인 6대가 하루 24시간 밤낮없이 컨테이너 하역 작업에 동원됩니다. 컨테이너를 실은 운반 차량도 쉴새 없이 움직입니다.

루안다 항은 남아프리카에서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항구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에서 화물이 밀려들면서 화물 처리 능력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앙골라의 화물 물동량은 지난 2007년부터 3년 간 3배가 늘었습니다. 철도를 다시 연결하고
도로를 건설하는 등 교통 인프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루안다 항 등과의 시너지 효과가 나타난 것입니다.

루안다 항과 로비토 항의 확장 공사가 끝나고 단데 신항만까지 완공되면 앙골라의 물동량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남아프리카의 물류 허브가 되겠다는 계획에 한걸음 더 다가가는 셈입니다.

<인터뷰>주스띠노 삔뚜 안드라드(앙골라 가톨릭대학 경제학과 교수):"물류 인프라가 구축되면 다른 경제활동도 활발해집니다. 농업의 경우도 인프라가 구축되면 농장들이 생기고 많은 농작물이 생산될 것입니다. 이런 인프라는 앙골라가 해외로 뻗어나가는 데 초석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성장의 속도만큼 사람들의 생활여건이 나아지는 건 아닙니다. 루안다 변두리의 한 빈민촌. 마을 입구의 연기가 나는 쓰레기 더미에서 아이들이 돈이 될만한 걸 찾고 있습니다. 악취를 풍기는 시커먼 도랑물. 그 물을 어디엔가 쓰려는 지 양수기로 퍼냅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자 까만 구정물에 담궈놓은 그릇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냄비에는 파리가 무더기로 앉아 있습니다. 물도 전기도 없습니다.

<인터뷰>아리아 빠띠마(주민):"비가 올 때만 물을 얻을 수 있습니다. 전등도 없고 모기가 너무 많습니다."

국민의 3분의 1은 마실 수 있는 물을 공급받고 있다는 앙골라 정부의 통계와는 딴판입니다. 농촌 사정은 더욱 열악합니다. 이렇다 보니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는 정부 발표를 선뜻 믿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인터뷰> 주민:“정부는 앙골라가 좋아지고 있다고 계속 애기하지만 좋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직장도 없이 놀고 있습니다.우리는 고통받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자원부국 앙골라는 석유를 통해 고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아프리카 국가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의 절반 이상은 하루에 2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입니다.

성장의 열매를 일부 계층이 독차지한다는 비판도 당연해 보입니다. 국가를 부흥시키는 것 못지 않게,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도, 떠오르는 아프리카의 강자, 앙골라 앞에 놓여진 과제입니다.

입력시간 2012.02.05 (09:48)  최종수정 2012.02.05 (09:49)   김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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