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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주민증, 필요하세요?

지난해 12월 현재. 우리나라의 총 인구 수는 5천73만 4천2백 84명입니다.

이렇게 정확한 집계가 가능한 이유는 국민 한 명 한 명에게 평생 바꿀 수 없는 고유의 식별번호를 의무적으로 부여하는, 주민등록법 때문입니다.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지난 19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됐지만, 주민등록증이 발급된 것은 그로부터 6년 후인 1968년 1.21 청와대 습격사태 직후부텁니다.

결국, 주민등록증 발급의 역사는 이렇게 간첩 색출이라는 목적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녹취> "11월 21일을 기해, 전국적으로 주민등록증 발급 사무가 시작됐습니다. 박 대통령도 직접 동사무소에 나가 절차를 마친 후 주민등록증을 받아들고, 아담하게 잘 만들어졌다고 노고를 치하했습니다."

이후 주민등록증은 세 차례 모습이 달라졌고, 지난 99년부터는 지금의 형태인 플라스틱 재질로 변경됐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플라스틱 주민등록증도 벌써 십여 년이 흘러 사진 속 모습도 변하고, 낡아 버려 교체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정부는 IT 강국답게 전자주민증을 만들어 위변조를 막고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생활 침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전자주민증 도입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습니다.

주민등록증 위에 누군가의 얼굴과 이름, 주소와 주민등록번호가 빠른 속도로 그려집니다.

<녹취>이정훈(한국조폐공사 주민증 생산관리과장) : "여기서는 이제 개인정보가 들어간, 아까하고 틀리잖아요? 그죠? 이 형태가 이제 여기서 다 이뤄지는 거에요."

국가신분증인 주민등록증이 제작되는 이곳은 최고 등급의 보안시설인 한국조폐공사.

연간 3백20만 장의 주민증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인터뷰> 김기동(한국조폐공사 주민증사업팀장) : "신규로는 한 70만 장정도, 나머지 한 250만 장은 재발급 수량이 되겠습니다."

1년 동안 우리나라 국민 20명 중 한 명은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리거나 망가뜨렸다는 이야기입니다.

제작 과정에서 보안에 만전을 기했다고 하지만 주민증이 세상에 나오는 순간 얘기는 달라집니다.

<녹취> "다른 사람의 신분증을 위조해 수십억 원대의 토지 사기 행각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녹취> "신분증 검사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 애들이 신분증 위조해 오는 것까지는..."

정부가 이런 주민등록증 위변조로 인한 사회적 문제를 막겠다며 전자주민증을 도입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지난달 23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주민번호와 지문 등 개인 식별 정보를 전자칩에 수록한 전자주민등록증 도입을 내용으로 하는 주민등록법 개정안을 의결했습니다.

다음달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이 개정안이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바야흐로, 전 국민의 전자주민증 시대가 열리는 것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자주민증에는 기존 주민등록증에 있던 주민등록번호와 지문이 표면에서 사라지고, 생년월일과 성별, 유효기간 그리고 발행번호가 표기됩니다.

대신, 주민번호와 지문을 포함해 주소와 사진 등 대부분의 항목은 전자칩에 저장됩니다.

<인터뷰>김장회(행정안전부 주민과장) : "현 주민등록증은 오래된 기술로 제작이 되어서 위변조가 용이해 범죄에 이용되는 문제점도 있습니다. 아울러서 주민번호나 지문이 증 표면에 노출돼서 개인 정보 노출에 따른 문제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를 고려할 때 IC칩을 내장한 주민등록증이 최적안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전자주민증 역시 해킹이나 위변조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개인정보를 전자화하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 "사실 육안으로 돼 있는 이런 신분증으로 여기에서 주민번호가 유출되는 경우는 그렇게 심각하지가 않아요. 그런데 이제 우리가 네이트에서 3500만 개인 정보가 감쪽같이 순식간에 사라진 것에서 보다시피 전자적으로 뭔가가 유통이 되는 것은 손쉽게 대량으로 복제되고 수집되고 유통도 굉장히 손쉬워요."

독일의 경우에도 지난 2010년 11월부터 전자주민증을 보급하고 있는데, 독일 공영방송에서 전자주민증 해킹 장면을 방송해 큰 논란이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녹취 >독일방송 : "해커들이 전혀 악의없어 보이는 이메일을 통해서 스파이프로그램(바이러스)을 컴퓨터에 침투시켰습니다. 저는 쉽게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신상정보들을 복사할 수 있고, 그것으로 계좌를 만들 수도 있고... 정부는 모든 정보가 암호화돼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고집하고 있습니다. 암호화돼 있지 않은 당신의 모니터를 해커들이 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이처럼, 전자주민증의 정보를 읽는 판독기가 연결된 컴퓨터를 해킹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인정합니다.

<인터뷰>임종인(교수/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 "예, 그 부분은 사실은 뭐 현재로서는 가능합니다. 예. 화면 캡처하는 건 그건 어떻게 막겠습니까? 그런데 이제 그런 행위 자체가 불법행위 아닙니까? 그러니까 사실은 보안은 기술적으로만 막을 수 있는 건 아니고 관리적 정책적 법적으로 막아야 하는 거니까."

시민단체들은 또, 전자주민증이 가져올 수 있는 인권 침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백찬홍((사)에코피스아시아 이사) : "효율적으로 이제 감시 통제가 가능하다는 게 있고, 그 다음에 두 번째는 사생활이 이제 침해된다. 국민의 일상생활 자체가 모든 것이 이제 기록이 되고 하면서 생길 수 있는 그래서 그 사람의 단순하게 개인 정보뿐만 아니라 삶의 어떤 형식, 형태까지 더 유출되고 하는 그런 문제가 생길 수 있겠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정부는 판독기를 통해 진위 여부만을 확인할 뿐, 개인정보 유출이나 사생활 엿보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김장회(행정안전부 주민과장) : "그래서 이게 일반분들이 이제 중앙DB와 이제 연결해서 이것을 확인하는 걸로 오해를 하고 계신데, 그런 개념이 아니고 종전에 있는 주민등록증 표면에 있는 정보를 칩 안에 넣어서 안과 밖을 비교해서 이것이 이제 위변조가 됐는지를 확인하는 방식이에요."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법률 개정안에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인터뷰>장여경(진보네트워크센터 정책활동가) : "(정부는)우리가 누구도 감시하지 않겠다. 그런 얘기를 하는데 저희가 봤을 때는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법률에는 행안부의 그런 약속을 보증할 만한 법문이 전혀 없어요. 그리고 그것(기록)을 어디에선가 집적을 할 수 있고..."

<녹취>유진호(한국조폐공사 NID연구팀장) : "텍타이저라고 해가지고, 보시는 것처럼 주민증 표면에 레이저로, 그러니까 감촉을 느낄 수 있게 함으로써..."

한국조폐공사는 현재의 주민증에 적용되는 최신 위변조 방지 인쇄기술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터뷰>유진호(한국조폐공사 NID연구팀장) : "새로운 주민등록증을 위해서 저희들이 준비하고 있는 기술은 소재에 직접 마킹을 하는 기술로서 근본적으로 위변조가 불가능합니다. 이미지 천공을 함으로써 이미지나 텍스트를 카드에 형상화하여 위변조를 불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전자칩을 제외한 이런 방식으로 주민증을 갱신할 경우, 향후 10년간 약 3천2백84억원, 반면, 전자주민증 도입의 경우 10년간 4천8백62억원이 필요합니다.

이 같은 계산을 근거로 정부는 전자주민증으로 바꿔도 그리 큰돈이 들어가지 않는다며 교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도입 반대 진영에서는 정부가 전자주민증 도입 소요비용을 축소 발표했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뷰>윤현식(진보신당 정책위원) : "실제로 그 단말기를 설치하고 그것을 업그레이드하는 비용을 뺀다고 할지라도 거기서 한 7천억 정도가 나온다는 것이 저희들 예상이고요. 지금 민주주의법학연구회에서 얼마 전에 나온 그 자료에 보면 그것보다 훨씬 더 1조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

관련학계에서도 이런 주장에 대해 일부 인정을 합니다.

<인터뷰>임종인(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 : "일부에서는 리더기 보급 쪽을 생각 안했다. 리더기를 생각하면 1조는 든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고 저도 그 부분에 일정부분은 동의합니다."

전자주민증을 둘러싼 또 하나의 논란은 통합신분증으로의 진화 여부입니다.

지난 96년, 정부는 전자주민증 한 장에 주민등록등초본, 운전면허증, 의료보험증, 인감 등 47가지 정보를 수록할 계획을 추진하다 정보독점과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사업이 중단됐습니다.

이후 2006년에도 정부는 삼성 SDS와 에스원, 조폐공사 등의 연구 용역보고서를 바탕으로 또다시 전자주민증 도입을 추진했지만, 이 역시 같은 이유로 무산됐습니다.

<인터뷰>한상희(건국대 법대 교수) : "우리나라 관료들이 참으로 집요하다, 하나의 방침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하려고 계획을 만들었다면 어떠한 국민적인 반대가 있더라도 어떤 정책 결단이 있더라도 계속해서 그걸 시도하는 그런 성향을 가졌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특히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에는 법률에 규정된 사항 이외에 관련정보를 전자적으로 수록하는 방법을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해놓아 통합신분증 추진의 여지를 남겨놓았습니다.

<인터뷰>한상희(건국대 법대 교수) : "법률에서는 대충 정하고 전부 대통령령으로 넘겨버리고 그리고 구체적인 절차나 또는 양식 같은 것은 부령으로 넘겨버리고, 그 속에서 이제 의회가 통제하지 못하는 또는 국민적인 감시 밖에서 뭔가 관료들이나 또는 정치 권력이 자기들이 원하는 바를 실행할 수 있는 것들을 집어넣거든요."

그러나 통합신분증으로의 진화도 기술적, 효율적 한계가 있어 쉽지만은 않다는 전문가들의 입장입니다.

<인터뷰>이기한(서울대 IC카드연구센터 소장) : "그런 시스템 만드는 것은 아마 향후 몇 십년 후가 되도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어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죠. 그러니까 저희가 IT가 아무리 발전했어도 그냥 단말기 하나 만드는 거랑 시스템 서버가 서로 연동하는 거랑은 굉장히 큰 문제(차이)거든요."

이처럼 전자주민증을 둘러싼 논란이 다양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한 IT 칼럼리스트는 이런 질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인터뷰>곽동수(IT칼럼리스트/서울사이버대) : "주민증에 칩을 하나 넣어 놓으면, 누가 수익을 볼까로 생각을 해보는 겁니다. 개인정보의 수많은 별도 정보가 포함이 되고, 당장은 데이터베이스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5년 10년 후가 되었을 때, 수많은 정보들을 가공해서 누가 이익을 얻어갈 수 있을까를 따져보면 그 정보 판독을 통해서, 사회 모든 분야를 점하고 있는 재벌 기업들이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국가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개인정보가 필요하고, 효율성을 위해 정보를 통합화할 필요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계 최고의 전자정부 구현을 목표로 삼기 이전에, 행정효율과 인권보호라는 두 가치에 대한 조화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부터 고민해 보아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입력시간 2012.01.30 (08:50)  최종수정 2012.02.10 (09:35)   최건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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